나의 호칭(이름) 풀이
한 용유

나의 본명은 用愈이며 돌아가신 할아버님께서 지어주신 兒名으로 호적에 올려있는 이름이다. 이 이름의 발음이 틀리게 부르는 경우가 있어 여기에 해명을 하고자 한다. 用자는 四聲音法上(平聲, 上聲, 去聲, 入聲) 去聲에 속해 長音으로 길게 발음을 해야 하는데 흔히들 短音(平聲)으로 잘못 불리는 경우가 많다. 즉 용∼유라고 불러야 하는데 용유라고 부름으로서 龍, 容, 鎔(평성으로서 단 음) 으로 잘 못 불리는 수가 많다. 그래서 부르기 까다로운 이름에 부정적이었다. 行列字가 愈자로서 일가끼리 같은 이름을 피하기 위해 한 것 같기도 하고 또한 用자는 日자 와 月자가 합친 자로서 음양의 조화를 이루고 일월과 같이 밝고 그리고 用자의 字解上(訓) 쓸용으로 어디에도 꼭 쓰이게 될 필요한 사람이 되라는 할아버지의 깊은 뜻이 담겨 있음을 늦게 서야 깨닫게 되었다. 한용유틀 역순으로 읽으면 유용한 (有用한)으로 쓸모 있다는 말이다. 有用의 반대는 無用이다. 그래서 내가 과연 이름값을 했느냐 되 돌아 봤다. 공직에 있을 때는 방사선 기사 면허증 소지자로 일인 2역을 하면서 그 자리에 없어서는 안 될 필요한 사람으로 정년을 마치게 했고 퇴임 후에도 약품상사와 건설회사에서 제2의 직장을 갖게 되어 연금과 보훈 금으로 노후보장을 받고 있으니 이름 득을 받고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이와 같이 할아버님께서 지어주신 귀한 이름을 일제 말 민족 말살의 創氏제도의 강압에 나의 이름은 수난을 받게 되어 초등학교 1학년(1940년도)때 내 이름은 淸原信吉(기요하라 노부요시)로 둔갑을 하였다. 2학년에 올라갔더니 일인 단임 선생이 "노부요시"를 "신기찌"로 고쳐 불러(한자는 그대로) 6학년 해방 때까지 그대로 통했었다. 남의 귀한 이름을 저희들 마음대로 농락을 했으니 분하기 짝이 없는 일이다. 족보를 보니 나의 字가 學彦(학언)으로 되어 있었다. 우리 世代만 해도 출생 후 작명을 할 때 兒名과 字를 지어 아명은 어릴 때 부르고 성년이 되면 주로 字를 부르게 하고 결혼 후에는 처가 마을 이름을 따서 宅號를 부르기도 했다. 그리고 學者로 문집을 낼 정도이면 雅號를 부친 것을 보았다. 나는 아호를 가질 자격도 못되고 해서 관심이 없었는데 컴퓨터를 이용 하다 보니 때에 따라 실명을 올리기도 뭣하고 그렇다고 애들처럼 컴명으로 하는 것도 경박 서러운 것 같아서 망설이고 있던 차에 퇴직자 모임인 교우회의 홈페이지 제정에 동참하면서 평소 내가 신망하는 분의 아호 풀이에 귀가 쏠렸다. 그 분의 아호가 隱谷(은곡) 이라면서 생활 일선에서 은퇴 후 모든 욕심을 버리고 마음을 비우고 마지막 삶의 마무리인 죽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면서 골에 숨어서 산다고 隱谷(은곡) 이라 했다는 것이다. 그분의 達觀된 人生觀에 공감한바 있어 문득 나도 이에 대조되는 아호를 만들어 볼까하고 생각 중 세계적인 명산 키리만자로(스화일리어로 빛나는산)의 映像이 떠올랐다. 만년설을 이고 있는 萬古不變의 장관에 매혹되어 장난기로 隱(숨음)의 반대는 現이니 雪이요. 谷(골)의 반대는 峰(봉우리)이라. 雪峰으로 작정을 한 후 인터넷으로 雪峰 아호를 가진 분을 검색 해 봤더니 李朝 말기 서화가인 池運永, 정치가이며 서예가인 鄭熙彩등 저명인사 6명이 나타났다. 이분들을 욕되게 하지는 않을까? 고 생각을 해보았으나 아호는 중첩 안 된 것이 거의 없고 내가 눈과 산을 너무 좋아하며 또한 隱谷과 陰陽 調和도 되고 四象醫學的으로 少陰體質인 나의 성격이 매사에 소극적이고 내성적이며 결단성과 박진력이 부족한 단점을 보완키 위한 하나의 심리적 促求劑가 될 것 같기도 해서 설봉으로 하기 로 했다. 그리고 귀가 멀어 익명으로 어리석은 먹구라고 우롱이라 지었다.
그러니 나의 본명은 용유(用愈)이고 자는 학언(學彦) 아호는 설봉(雪峰) 익명(匿名)은 우롱(愚聾)이다. 구순 넘어 수필가로 등단을 했으니 설봉이란 아호의 과분함을 들게 했다.

위의 글은 나의 수상록 먹구의 푸념 66쪽에 실려 있는 글을 보완 수정 한 것이다. 오늘 신문기사에 이런 기사 구절이 눈에 띄었다. 회사에서는 유용한 도구가 집 책상정리에는 안 맞는다고 했다. 이는 적재적소를 요약한 말 같았다. 나는 할아버님께서 지어주신 이름값을 제대로 했는지? 90평생을 되돌아보며 상념에 젖는다. 공무원, 약품상사, 건설회사, 방사선사. 은퇴 후 이제는 집콕 신세의 무용지물. 저승사자가 날 데리러 오면 증 손주 재롱을 더 보다가 알아서 가겠다고. 노래 가사를 흥얼거리며.

2022년 6월19일 수필가 에세이스트